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사람
AUSTIN YOON·SUNDAY, NOVEMBER 29, 2015
너희는 앞으로 일러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6)
교회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희망의 기다림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꿈꾸고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사업의 번창과 풍요로운 삶이나 자녀들의 출세와 성공을 기다리기도 하고,
갈등과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기도 합니다.
또 많은 경우에 하루빨리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조급함으로 서두르다가,
일상의 근심과 초조함속에서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다림에 지쳐서 쉽게 포기하고 나태함 속에서 삶을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가 21,34)
대림시기는 예수의 성탄이라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기다림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우리들의 삶속에 늘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기다림이며,
마지막 날에 구름을 타고오시는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때입니다.
그렇기에 대림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서 과거와 미래를 살아가게 하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희망을 가꾸며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때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하느님은 우리를 심판하고 단죄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해방하고 구원하는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이십니다.
대림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준비하신 구원계획에 동참하라는 초대입니다.
죽음의 순간에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실 때 두려워서 숨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들고서 구원의 희망으로 그분을 기쁘게 맞아들이라는 초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혼란과 시련의 시기는 구원의 시기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 왔기 때문이다.”(루가 21,28)
사실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때 집안정리나 음식장만 등의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기다리느냐에 따라서 우리들의 삶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며 어떻게 기다림을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만일 기다림을 잊어버리고 좀 더디 오시기를 바라면서 나태함에 빠져
온통 이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하루하루를 조바심치며 살아간다면,
하늘나라의 영원한 생명이 아닌 지상의 삶에 우리 자신을 묶어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의 희망을 향한 긴장 속에서 살아가도록 불림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기다림은 뜨거운 열정과 설레는 떨림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예수님과의 만남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꾸면서 준비하는 기다림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심을 기다리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기다림은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기다림이 아닌
하느님과의 만남을 사랑과 인내로써 준비하는 적극적인 기다림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는 일들을 세상의 것보다 더 먼저 챙기는 삶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끝으로 우리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1테살 4,1)
대림시기는 사랑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자신의 인간적인 조건과 재산과 능력이 자기 자신만의 힘으로 이루었다는 착각으로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의 것이니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자신의 누리는 지위와 젊음과 권한과 건강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착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마음속에 그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맞아들이고 그분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백성다운 삶을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며 늘 깨어서 기다려야 하는 시기입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화려한 꽃봉오리를 떨궈야하듯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내려놔야 합니다.
수확의 때가 다가올수록 온 삶을 통해 가꾼 열매들을 뺏기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합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가 21,36)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기에 사랑의 실천으로 주님의 현존을 준비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특별한 사랑은 이웃을 향한 사랑을 통해서 표현되어야만 합니다.
예수님을 맞아들이기 위해 우리의 사랑은 형제들안에서 더욱 자라나고 충만해져야 합니다.
우리 안에서 심어주시고 성체를 통해서 길러주시는 사랑의 불씨가 더욱 타오를 수 있도록,
우리들의 작고 보잘것없는 사랑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삶속에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들을 조용히 성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성당에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그 모든 자리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마지못해서 억지로가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기쁘게 해야 합니다.
어둠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포하면서 기쁨을 전하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서로 지니고 있는 사랑과 다른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도,
여러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처럼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여러분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아멘.”(1테살 3,12~13)
우리의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만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다시 태어나시니,
예수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이 우리들의 삶속에서 매일 새롭게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사랑의 하느님께서 어서 빨리 오시기를 간절한 바람으로 준비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바로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뉴먼 추기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