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종교인이나 신앙인이나 비슷한 표현으로 쓰이고 있지만 조금 엄밀히 구분을 하자면 종교를 지닌 사람을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신앙을 지닌 사람을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지니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지녀야 하는 것이 단순히 외적인 종교의 껍데기가 아니라 참된 신앙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사회적으로 나름의 지위를 차지하고부터 사람들은 종교를 지니고 싶어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맥을 넓히고 장사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리스도교에 그런 사회적 지위가 부여되기 전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종교는 수치이고 불명예일 뿐이었습니다. 신앙을 받아들이는 이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외아들의 가르침에 매료된 소수의 사람들 뿐이었지요. 그리고 신앙을 지니는 것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도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의 시기가 있었고 그 당시에 신앙을 지닌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필요나 관심에 의해서 종교를 선택하곤 합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종교인들이 모두 신앙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주제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주제에 들어가 봅시다. 단순한 종교인에 머무르지 않고 신앙을 지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과연 누구를 참된 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요? 참된 신앙인이 되는 ‘메뉴얼’이라도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에 어쩌면 우리의 약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무언가 뚜렷한 지침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마치 한때 유행하던 성공 지침서처럼 성공하려면 ‘무엇 무엇을 하라!’라는 분명한 세부 지침이 신앙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러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분명한 지침을 주셨지요.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들에게서 바라는 그대로 남들에게 해 주라는 것이었지요.

이 간단 명료한 지침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헌데 우리는 이 사랑을 ‘규정화된 양식’에 가두어 놓고 하려고 합니다. 자고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이라는 것은 규정된 형식이 없는 것입니다. 사랑은 나의 의지적 선택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입니다. 어느 애인을 사랑한다고 매일 저녁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매일 그 시간에 나간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사랑이 식어도 그 행위는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습관’이지 사랑이 아닌 것이지요.

감을 잡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습관을 지키려고 하고,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규정을 지키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크나큰 업적을 이루어 놓더라도 소용이 없는 법입니다. 즉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사랑은 ‘의지’의 산물입니다. 사랑은 우리 자유의지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유의지는 곧잘 ‘나 자신’에게로 환원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다가도 언젠가 돌아보면 다시 나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신앙 안에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인이 되는 비결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온 마음과 영혼과 힘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유혹들이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고 또 우리 자신의 의지가 우리의 사랑이 하느님과 이웃에게로 향하기보다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종교인인가 신앙인이가 하는 것은 사실 그 누구도 외적인 행위 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지요. 정말 열심한 신앙인이다가도 어느 순간 외적인 행위에 치중하는 종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리타분한 행위를 반복하는 종교인이다가도 어느 순간 신앙인으로 뒤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 생활을 위해서 굳이 지침을 달라고 하신다면 단 하나 ‘사랑하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 자체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신비로운 것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구역장을 맡고 총회장이 되고 수도자나 사제가 되고 주교가 되면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고 밥을 한 끼 먹더라도 하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릴 줄 알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사실 여러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없어서 안되는 게 아니라 되기 싫어서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가서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종교인’이 되는 것은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어찌보면 참으로 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