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복도를 청소 하세요.

- 어떻게 할까요?

- 전반적으로 깨끗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면...

- 일단 창문 깨끗하게 닦으시구요. 그리고 바닥 청소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청소를 시작하고 창문과 복도 '만' 닦고는 나머지 시간을 쉬어 버린다. 일을 시킨 사람이 돌아와서 둘러보다가 복도 의자 위에 꽁초가 수북한 재떨이를 발견한다.

- 청소 다 하셨나요?

- 네 다 했습니다.

- 헌데 이 재떨이는요?

- 아, 저 창문과 바닥만 말씀하셔서...

아마도 이 청소부는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

- 거룩해지세요.

- 어떻게 거룩해 지나요?

- 전반적으로 다 거룩해졌으면 해요.

-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 주시면...

- 일단 기도생활부터 시작하시구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성화작업을 시작하고 기도와 자선 '만' 하고는 나머지 시간을 멋대로 보내 버린다. 거룩하게 되라 명하신 분이 추수하러 돌아와서 둘러보다가 엄청난 악습이 있는 걸 발견한다.

- 거룩해지셨나요?

- 네 다 했습니다.

- 언데 이 악습은요?

- 아, 저 기도와 자선만 말씀하셔서...

아마도 이 그리스도인은 밖에서 이를 갈고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빠져드는 오류 중의 하나는, '분명히 명시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율법'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 거기에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죽음을 피하는 것'만 어떻게든 잘 지켜내면 나머지를 내 마음대로 하는 데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주일만 지키고 나머지 날은 술이 떡이 되든지 누군가를 욕하든지 상관이 없다. 뭐 좀 잘못을 하면 어떤가? 판공이라는 분이 계셔서 일년에 두 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해소 안에만 들어갔다 돌아오면 샤워가 깨끗하게 되어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모든 일에 거룩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의 청소부가 명령 받은 것만 하려는 소극적인 마음을 지니다가 몽땅 잃은 것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겉으로 주어지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하느님과 같이 동화 시켜야 한다. 하느님이 무엇을 좋아하시고 무엇을 싫어하시는지에 마음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 아마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신앙생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병자 성사를 청하러 와서 지금 급하게 나가느라 글을 완성 시키지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