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영광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이 세상의 영광이 아니라 영원의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이 세상에서 비참하고 처절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지는 십자가를 통해서 보상을 받으려는 이는 이미 받을 상을 다 받는 셈이 됩니다. 자신이 잠깐 진 십자가를 온 동네를 따돌아다니면서 자랑질을 하면 사실 그것은 십자가가 아닌 셈입니다. 십자가는 어린양처럼 지극한 겸손과 순명으로 지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나의 뜻이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에 나의 뜻을 맡기기에 괴로운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우리의 노력은 거절당하고 우리는 세상의 낮고 미천한 이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생을 마감했음 때에 하느님은 우리를 보듬어 안고 위로해 주실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 신앙은 역경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신뢰하게 한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무엇에도 너 흔들리지 말며 그 무엇에도 너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하느님께서만 변치 않으신다. 인내는 모든 것을 얻는다. 하느님을 가진 자는 부족함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예수의 성녀 데레사 『시집』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