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준모성벙(원제:La imitación de María) 프롤로그 중에서 번역...
한때 테바이다의 유명한 은수자인 파프누시오 성인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덕에 올랐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하느님에게 자신이 어느 성인과 유사한지 보여 달라고 청을 드렸다. 한 천사가 대답하기를 그는 떠돌이 음악사와 유사하다고 했다. 그 떠돌이 음악사는 가까운 마을에서 악기를 연주해서 끼니를 연명했다. 파프누시오는 성덕에 있어서 라이벌이 되는 그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서는 도대체 무슨 선행을 이루었는지 물어보았다. 그가 대답하기를 자신은 엄청난 죄인이었다고 했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삶을 살았노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사악한 삶을 버리면서 그 기회에 지금의 미천한 재주를 선택했다고 했다. 파푸누시오의 독촉하는 질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음악가는 마침내 고백을 했다. 즉, 강도짓을 하는 동안 자신의 악한 동료의 손아귀에서 주님에게 헌신하는 동정녀 한 명을 구한 적이 있으며, 또다른 경우에 남편과 자식이 감옥에 갇힌 한 가난한 여인에게 가족들을 풀어줄 충분한 돈을 마련해 주었다고 고백을 한 것이다. 그 가난한 음악가의 관대함에 감동한 파푸누시오는 그를 사막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그 음악가는 3년의 고행을 하고 성인으로 죽게 되었다.
그 음악가의 모범에 고무되어 파프누시오는 금욕 생활에 엄청난 진보를 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다시 하느님에게 이 땅에서 누가 자신과 비슷한 성덕을 지니고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이어 그에게 근처 고을의 한 가족의 아버지와 성덕이 비슷하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은수자 성인은 그를 방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무려 30년 동안이나 아내와 금욕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 결혼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의로움과 선과 자선을 실천하고 있었다. 파프누시오가 그를 사막에 데려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새로운 동료는 파프누시오가 성덕을 더욱 쌓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죽음이 성덕이 충만한 그의 동료를 데려가자 은수자 성인은 세번째로 하느님에게 누가 자신과 성덕에 있어서 비슷한지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이와 같았다. ‘너는 앞으로 만나게 될 한 상인과 성덕이 비슷하다.’ 한 시간이 지나 파프누시오가 산에서 내려왔을 때에 알레한드리아의 한 상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세 대의 대형 선박에 생필품과 자선금을 가득 싣고 수도자들을 구제하러 와 있었다. 상인은 앞서 두 사람과 같은 운명에 이르게 되었다.
‘좋습니다.’, 파프누시오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방문한 사제들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낮춰 볼 수 없습니다. 비록 그가 강도이건, 광대이건, 시골 촌뜨기이건 말이지요.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업에 종사하거나 장사를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생에는 어떤 상태에 머무르던지 하느님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 영혼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만족시키는 행업을 숨어 실천하면 누구나 하느님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기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지닌 전문 직종이나 그가 입은 옷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진실로 기쁘게 하는 것은 마음의 순수함과 올바른 행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