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아닌 우리의 변모
부제 실습 때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미사 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로베르또, 예전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성현용聖現容 축일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곱씹어보니 거룩한 얼굴이 드러난 날이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사실 제자들 입장에서 보면 별 다를 것 없던 예수님의 얼굴이 갑자기 거룩하게 변모하신 것이겠지만 예수님은 원래 거룩하지 않으셨을까요? 

드러내 보여주시지 않으면 볼 수 없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어찌 보면 예수님께서 변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변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늘 다니던 길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을 발견하고 놀란 적은 없으신가요? 매일 보던 친구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 적은 없으신가요? 눈치채지 못했을 뿐 본래 있던 풍경들, 모습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입장에서 변했다 표현하겠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그 모습 그대로였을 것입니다. 그분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늘 거룩하셨지만 그분의 거룩한 모습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제자들이 수난을 앞두고야 알아보게 된 건 아닐까요? 

예수님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맘대로 살고 있는 제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생각합니다. 그분이 변모하셔서 저에게 거룩하게 다가오시기를 기다리기보다 제가 변해서 그분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길,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길 함께 기도합시다.

김홍석 신부(부산교구) |
생활성서 2016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