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겸손
교회는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을 기억하며 늘 겸손을 가르쳐왔습니다. 그러나 겸손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남 앞에서 자신을 낮추면 무시를 당합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겸덕을 실천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남이 나를 무시하기 전에 자신을 높여 방어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주님 말씀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런 느낌입니다. 그러나 사실 겸손은 남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또한 겸손은 “난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니까 참고 자신을 낮추어야 해.” 하는 식의 인내력 시험도 아닙니다. 겸손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실과 대면하는 가장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겸손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 서서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은 다른 어떤 사람을 바라보고 낮추어 생각하거나 함부로 단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에도 그와 같은 죄스러움과 나약함이 있고,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힘이 그에게 미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겸손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약점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더없이 고귀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거라고 하십니다. 자신의 진실과 대면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남의 무시에도 동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참으로 더없이 귀한 존재임을 알아챈다는 말씀입니다.
신중호 신부(의정부교구 진접성당) |
생활성서 2016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