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느님
주님께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러운 영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증언하고 있는 점입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더러운 영이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믿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텐데, 오히려 예수님이 누구신지 사람들 앞에서 증언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악령이란 사람을 괴롭히는 모든 것을 통칭합니다.
악령이 예수님을 드러낸다는 말은, 고통이 우리를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주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된다는 말입니다. 60대 암환자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 제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죽는 순간까지 내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살았을 것입니다. 이 병으로 인해 가족들과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악을 허락하시지만 이는 그것을 더욱 큰 선으로 바꾸어 놓으시기 위함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십니다. 악령을 쫓아내셨다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삶의 어려움을 통해서 주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신중호 신부(의정부교구 진접성당) |
생활성서 2016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