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만 맞춰도
공생활 처음부터 예수님을 반대하는 세력이 등장했습니다. 안식일에 병자를 치유한다고, 죄인과 세리를 가리지 않고 그들과 더불어 어울려 먹고 마신다고 그들은 예수님을 비난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왜 단식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내가 신실하다는 표지로 행하는 단식인데 왜 너희들은 행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단식은 전통적으로 신앙을 지키고 배양하는 하나의 유용하고 가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은 잔치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 때라는 것이죠. 지금은 하느님의 구원하심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고 흥에 겨워야 하는 때였던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흐름과 분위기가 있습니다. 단식을 언젠가 해야 할 때가 있겠죠. 일상에서도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남들 박장대소하는데 꼭 찬물 끼얹는 이들 있습니다. 

남들 침묵하며기도하는데 혼자 키득대는 사람 있습니다.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이죠. 지금이 무엇을 할 때인지, 지금이 어떤 순간인지를 깨닫는 감각이 살아 있을 때 생명력을 얻습니다. 자기 페이스만 유지하다보면 주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주변도 돌아보고 맞춰볼 수 있는 조화로움, 지금이 어떠한 때인지 알아야 삶은 풍성해집니다.

남상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