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8월호 '복음의 빛'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주셨다.(루카 4,40)
말 씀 들 여 다 보 기
고통은 오직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설령 같은 종류의 고통을 겪어보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이 어떠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고통은 사랑만큼이나 고유한 체험이기에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도 없고 앞뒤를 속 시원히 꿰뚫어볼 수도 없다. 그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완전히 닫혀있는 가장 내밀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고통의 치유도 가장 고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좋은 말이 많이 적힌 책을 읽어도 그것이 아픔의 본류本流를 막지는 못한다. 설령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 흘러온 아픔은 어느새 지류로 나뉘며 몸 곳곳에 스며든다. 그러니 본류를 막아도 아픔의 흔적은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불쑥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아니고서는 진정한 치유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당신 백성을 치유하셨다. 그분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치유하신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주셨다.’ 이는 예수께서 타인에게는 완전히 닫혀있는 고통의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가시어, 그곳을 당신 사랑으로 채우셨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해서, 오랜 세월 아픔이 흐르던 영혼의 혈관에 치유를 가져다주는 사랑이 흐르게 하셨다.
말 씀 따 라 걷 기
내 몸 여기저기에 스며있는 아픔의 흔적은 무엇이며 그 본류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