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자리를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끝에 무리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세우십니다. 예수님이 주례하신 사상 최초의 서품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뽑아 세우신 사도들의 명단이 제출됩니다. 베드로를 필두로 하여 유다 이스카리옷에 이르기까지. 열둘이라는 숫자는 분명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복원시키시겠다는 약속의 성취를 말합니다. 다시 시작하시겠다는 것이죠. 새로운 전망으로 다시 나아가기 위해 제일 먼저 하신 일은 이렇게 사람을 뽑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 일은 계속됩니다.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 넘어져 허우적거리는 삶이 있는 한, 불의와 모순이 가득 찬 현실이 압도하는 한,
주님께서 당신의 사람을 통해 일하고 전진하시는 일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단 명단은 열두 명으로 마감되지 않고, 언제나 ( )입니다. 그 안에 나의 이름이 불려지고 적혀지도록.
남상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