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시선으로
두 사람이 한 삶의 자리에 있습니다. 한 사람은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사는 부자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종기투성이 몸에, 그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집 대문 앞에 누워 있는 가난한 라자로입니다. 같은 세상에서 두 사람은 엄청나게 다른 삶의 질을 누리며 살았는데, 죽음으로 인해 그 삶의 형태가 변했습니다.
천사들에게 인도된 라자로는 아브라함 곁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한편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자기 집 대문 앞에서 매일 볼 수 있었던 라자로를 외면한 부자는 저승의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습니다. 손가락으로 찍어 건네는 한 방울의 물로 불길 속 고통을 식혀보려 하지만 큰 구렁이 가로놓여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부자는 라자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시선이 이제야 라자로에게 머뭅니다. 그리고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형제들만이라도 자기가 걸어온 길을 걷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청합니다. 이 부자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일러줍니다. 방송 중에 ‘채널 고정’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제 ‘시선 고정’을 외쳐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우리의 마음을 예수님께 고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시선과 사랑의 마음을 닮도록 해야겠습니다. 갑과 을,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표현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인식하게 됩니다. 사람살이에 있어 모든 것을 똑같이 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이므로 함께할 수 있고,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의 시선을 하느님께 고정시키고, 주님의 시선과 마음으로 함께살이의 삶을 살아가는 문화를 이루어야겠습니다.

조성풍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