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10월호 '복음의 빛' 예수의 성녀데레사 동정학자 기념일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2,10)
말씀 들여다보기
우리말로 ‘모독하다’는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하다’라는 뜻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성령 모독은 좀 더 신학적인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서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한다는 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해 하신 분명한 구원활동을 거부하거나 부정한다는 뜻이다. 의미상 ‘성령’은 베엘제불의 힘으로 마귀를 쫓는다는 비난을 받았을 때 예수께서 언급하신 ‘하느님의 손가락’과 비슷한 뜻을 지닌 셈이다. ‘성령을 모독하다’라는 말이 이런 뜻임을 알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좀 더 명확해진다. 예수님은 자신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건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자신을 통해 하느님께서 구원활동을 하신다는 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요한복음에서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10,38) 하신 말씀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당신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하느님께서 구원활동을 하고 계심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 것일까? 아마도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계심을 믿는다면, 언제든지 구원의 기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예수께서 살아계실 때 예수님을 거부한 사람들도 성령 강림 후 신앙을 받아들이고 구원받을 수 있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