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레사 성녀께 드리는 편지
변화와 쇄신.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들입니다. 사제직을 꿈꾸며 하루하루 정진하던 신학생 때는 이 단어들이 제 사제생활에서 금방 꽃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남들이 다 ‘그렇다’고 할 때 ‘아니오’ 하기가 얼마나 든지, 남들이 ‘아니다’ 할 때 ‘그렇다’고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변화와 쇄신은 그저 액자 속에 넣어두고 올려다보기만 하는, 가까운 듯 멀기만 한 표현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당시 느긋하게 이루어지던 수도생활을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초기 정신에 맞게 엄격하고 철저하게 개혁하고자 했던 당신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저는 강론 때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수님은 이런 모습을 하고 계십니다.” 정도밖엔 설명하지못합니다. 그저 예수님의 어렴풋한 모습만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늘 “제가 직접 만난 예수님은 이렇습니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셨다지요?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뚜렷하게 만나고 그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데레사 성녀님! 이 부족한 사제를 좀 도와주십시오. 제 기도가 부족하다면 저와 함께 기도해주시고, 제 의지가 부족하다면 제 옆에서 저를 일으켜 세워주세요. 일생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던 당신의 그 간절한 원의가 오늘 바로 저의 원의가 되길 저 또한 간절히 바라봅니다.
박민우 신부(서울대교구 길동성당)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