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틀’입니다.

막연한 경건이 그 본래적인 목적을 잃으면 ‘경건’이 아니라 ‘고집’이 되게 됩니다. 인간의 전통 중에는 하느님이 원치 않는 ‘고집’들이 많습니다. 그건 전혀 경건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전통적인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어기면 큰일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소위 안식일을 어겼다고 하느님이 화가 나서 자신들을 두드려 패기라고 할 줄 아는 것이지요. 굳이 멀리서 예를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가톨릭 신자들 안에도 자신이 형성한 틀 안에 갇혀 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성모상 손이 부러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스캔들이 되지 않게 처리를 해서 버리면 됩니다. 형체를 잘게 부수거나 태울 수 있으면 태우거나 둘 다 찝질하면 땅 깊은 곳에 묻으면 됩니다. 하지만 행여라도 근처에 믿음이 약한 사람이 있으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성모상’ 자체의 효험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인간에게 주어진 여러 제도는 인간을 더욱 복되게 하기 위함이지 인간을 제약해서 고통스럽고 슬프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올바른 제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올바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비흡연자에게 ‘금연’ 표지판은 하등의 의미를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흡연자에게 ‘금연’ 표지판은 신경쓰이고 성가신 존재입니다. 세상의 모든 법이 그러하니 법이라는 것 자체가 넘어서지 말아야 할 울타리를 쳐 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울타리 근처로 다가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그 울타리를 좁히고 좁혀서 멀쩡하게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까지 성가시게 하니 그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그릇되이 형성된 ‘틀’이 하는 역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