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대축일 밤미사(11/12/25)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을 맞으라

사람들은 외쳤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그러나 주님은 오시지 않았다. 도시마다 교회마다 불빛들이 호화롭게 반짝이며 즐거운 춤과 노래가 울렸다. 그러나 주님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집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겠다.” 임마누엘!

임마누엘 구세주가 가난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 그리고 그분은 가난한 이들의 위로자가 되셨고 오늘도 우리 가운데 그들 모습으로 오시고 있다.

오늘 이야기는 지난 11월 들째 주일미사를 마치고 말튼성당 한인공동체에 가서 미사 봉헌하고 이어 구역모임에 가서 복음 묵상나누기 때 들은 이야기다.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제가 살던 집 앞에는 집 한 채를 넉넉히 지을 수 있는 빈터가 있었는데 땅 주인께서 그곳에 극빈자나 무의탁 노인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지어 무료로 그분들을 살게 하셨다. 방 한 칸, 부엌 한 칸... 지금 같으면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고 동네 사람들이 플랭카드를 내다 걸 일일텐데 그 시절 동네 분들은 이사 온 분들께 참 따뜻하게 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이사 오신 분들 중에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소문에 의하면 동경에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이신데 부인과도 사별한데다가 중풍이 걸려 몸 한쪽이 마비가 된 분이셨다. 지금이야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면 국가에서 생활비도 보조해 주고 의료보험 혜택과 몸이 불편하신 분께는 간호사까지 방문하게 하지만 그 시절엔 그런 복지 제도가 없었기에 그분은 마비되지 않은 한 손으로 마당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들 머리를 이발해 주어서 번 돈으로 연명하셨다. 저희 집도 엄마가 오빠와 남동생을 꼭 그 할아버지께 보내어 머리를 깎게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께서 저희 4남매를 부르시더니 예수님이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고 하셨고,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 하셨으니 앞집에 할아버지가 바로 우리가 사랑해 드려야 할 예수님이라며 그날부터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서 할아버지께 가져다 드리자고 하셨어요. 그 당시 교직에 계셨던 엄마를 비롯하여 도시락을 두 개씩 가져가는 오빠, 나, 여동생,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의 도시락까지 아침마다 8개의 도시락을 쌌는데 할아버지 도시락까지 싸니 매일 9개의 도시락을 싸야 했다. 게다가 바쁜 아침마다 할아버지께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는 것도 만만치가 않은 일이었는데 유난히도 저는 그 할아버지가 무섭고 그 할아버지 집에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생각에 단 한 번도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지 않았다. 오빠와 두 동생들의 도시락 배달은 저희가 그 동네에서 이사 가던 날까지 해가 바뀌도록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저희가 그 동네에서 이사 간 며칠 후 동네아주머니 한 분이 그 할아버지 부탁으로 오셨다면서 그 당시엔 그리 흔하지 않았던 귤 한 바구니와 돼지고기 몇 근 그리고 편지 한 통을 가지고 저희 집에 오셨다. 바람막이도 없는 추운 마당에 서서 건강치도 않는 몸에 한 손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벌어서 모은 돈으로 사셨을 그 귤과 고기뭉치보다 더 저희 가족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던 것은 할아버지의 편지였다.

“존경하는 장 선생님과 그 세 자녀분께”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는 순간 제가 받았던 충격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제 안에 살아 있었다. 저는 도시락 배달을 한 번도 가지 않았기에 할아버지께서는 저희가 3남매인줄 아셨던 것이다. 편지에는 당신의 삶이 너무 비참하여서 동사무소에서 쥐를 잡으라고 나누어 준 쥐약을 늘 성냥 통에 넣어두고 언제라도 입에 털어 넣고 죽을 준비를 하고 사셨는데,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도시락을 들고 당신의 방문을 여는 3남매에게 당신의 죽을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어서 죽지 않고 살아 올 수가 있었다며 감사하고 열심히 살겠노라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읽은 후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위선자,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졌던지 꽤 오랫동안 제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면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내 삶이 아니라는 것, 내가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의미 없이 소모되는 순간일 뿐이라는 진리였다. 자금도 가끔 제 마음이 완고해질 때면 그 때의 충격을 다시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

성탄의 참 의미는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님 사랑의 신비다. 인간을 사랑하서서 인간이 되신 예수님을 더 잘 알기 위하여 우리는 이웃을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1요한4,20)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서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몸소 보여준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살라는 것이 성탄의 메시지다. 매일 사랑한다면 매일 성탄이요 매일 크리스마스다... 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한 나날이요 죽은 날들이다. 지금 바로 사랑을 실천하자. 가까운 가족과 이웃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분을 섬기듯이 섬기고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