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께서는 길에서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십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7) 그러자 제자들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마르 8,28) 이 대답을 통해 우리는 그 당시 사람들이 예수님을 두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의 대답을 다 듣고 나서 예수님은 이제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예수님을 따르는 열 두 제자들은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분으로 바라보고 알고 있는지를 묻고 계십니다.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마르 8,30) ‘그리스도’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와 의미가 똑같은 말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 하느님께서 세상에 보내주신 구세주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생각하지 못 했지만, 베드로는 당당히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은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마르 8,31 참조)
예수님은 이제 이 고통과 죽음의 길을 걸어가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자들과 군중들을 가까이 부르시고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 죽음의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려면 누구든지 예수님처럼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늘 행복하고 기쁠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깊이 하면 할수록, 조금 더 예수님을 알면 알수록 우리는 힘들어집니다. 예수님을 잘 모를 때에는 그냥 편안하게 살았는데, 알면 알수록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이 나를 힘들게 하고 굴레를 씌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자들은 적당히 발만 담그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일미사만 참여하고, 평소에는 거의 신앙생활이란 것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매일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시는데, 우리는 그 뒤를 따르려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 시간을 내어드리느냐 아니면 세상일에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내느냐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거의 대부분 세상일과 나의 일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천년 전과 똑같이 또 혼자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실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부활의 기쁨을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부활, 참된 기쁨, 영원한 생명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른 뒤에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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