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은 구약의 구리 뱀이 신약의 십자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죄가 없는 분이셨지만 우리 모두의 죄를 짊어진 채 십자가에 못 박히셨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에 높이 들어 올려지신 주님의 죽음으로 우리가 구원받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시어 죽으셔야만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주님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말해 줍니다. 하느님과 세상 사이의 간격은 크고 무한합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불사하시고 무한하신 지존께서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이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이들은 무수한 죄를 짓고도 감사할 줄 모르며, 줄곧 그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자들이었습니다. 바로 이들을 주님께서 ‘사랑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종이나 천사 또는 대천사를 내주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외아들을’ 내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감사할 줄 모르는 당신의 종들을 위하여 해 주신 것처럼 자기 자녀들을 걱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해설처럼 하느님께서는 시작도 끝도 없는 분이시고 죽음도 없으시며 무한하신 분이신데 그런 분께서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반면에 우리들은 무수한 죄를 짓고도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르며 줄곧 하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드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신 놀라우신 사랑의 가장 놀라운 신비입니다.

푸아티에의 힐라리오 성인은 이 놀라운 신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확실한 표시로 당신의 외아드님을 주셨습니다. 만일 그분께서 사랑의 증거로 피조물들에게 피조물을 주시고 세상을 위하여 세상의 것을 주시며 무無에서 일으켜진 대상들의 구원을 위하여 무無에서 일으켜진 대상을 주셨다면 그러한 값싸고 사소한 희생은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귀중한 선물은 사랑의 증거입니다. 많이 내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양자를 주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친아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드님을 주셨습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친아들, 외아드님을 주셨다는 것이 바로 그분의 사랑과 호의의 증거입니다.”

힐라리오 성인의 설명대로 하느님께서 외아드님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비록 우리가 그 사랑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다고 할지라도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랑을 전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사랑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말로 자기 삶의 근본적인 결단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그 사건을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으므로(1요한 4,10 참조) 사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사랑의 은총에 대한 응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