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대림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미카 예언서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곳이 어디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1)

하느님께서는 외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면서 보잘것없는 작은 마을 베들레헴을 선택하셨고, 마찬가지로 보잘것없는 시골 처녀 마리아를 선택하셔서 예수님의 어머니로 삼으셨습니다. 성모님이 선택되신 유일한 이유는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그대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이 믿지 않았더라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다른 여인을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시골 처녀였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 있어서는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기에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우리들도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복된 사람들이 됩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품고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수님의 어머니요 가족이 됩니다. 이것을 예수님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성모님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하느님의 뜻이 당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것이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그것으로 인해 설사 나에게 어떤 피해가 닥친다 할지라도, 하느님을 믿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이런 모습을 우리도 닮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뜻을 이루려고 합니다. 자기의 뜻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기를 원하며 때로는 강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일과 삶의 방향을 그분의 뜻에 맞추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대림의 마지막 주일을 지내며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내 뜻만을 고집하는 마음은 그 안에 아기 예수님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심과 이기심과 미움과 나쁜 마음들을 모두 버리고, 하느님의 뜻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빈 마음, 보잘것없는 마음으로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수님이 오셔서 머무르실 자리를 우리 안에 마련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성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예수님께서 오실 자리를 내 안에 잘 마련해 드리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