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우리와의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로 비유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농부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데, 먼저 우리가 어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신앙생활에서 그 어떤 의미나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앙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신앙을 버리고 그냥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사실 성당을 다니고, 주일 미사에 오는 것도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으로부터 새로운 힘과 사랑과 기쁨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일은 소홀히 하고 다른 것들에 열중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참된 신앙생활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적으로 지치고, 실망하고, 상처받고, 더 이상 건질 게 없을 때 미련 없이 성당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예수님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예수님 없이 해 온 모든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 산다고 하면서도 사실 예수님 없이 많은 것들을 해왔습니다. 우리의 거의 모든 일과 일상의 삶이 예수님과 무관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우리는 성당에 갈 때만 예수님을 기억하고 성당 밖에서는 예수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우리가 진정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당 밖, 곧 일상의 삶의 자리에 늘 예수님을 먼저 모셔야만 합니다. 성당 밖에서 하는 모든 일들 안에서도 예수님을 모시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회를 세우면서 그 근본 정신이 되는 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앞서 기도부터 하라, 즉, 먼저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과 함께 일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세상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는 거룩한 일로 바뀌게 됩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세우신 사랑의 선교 수녀회의 모든 수녀님들은 일터로 나갈 때 손에 묵주를 들고 길거리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일터로 갑니다. 그렇게 그분들은 일터에 예수님을 모시고 가서, 주어진 일을 기쁘게 하십니다. 그렇게 할 때 그 일들은 모두 예수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수녀님들이 하시는 일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수많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예수님 없이, 나의 인간적인 힘과 노력으로 뭔가를 할 때, 인간적인 어려움과 뜻하지 않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과 함께 뭔가를 할 때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며, 결국 내가 하는 일에 열매를 맺어주시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지든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시련을 겪게 마련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불어 닥칠 때도 있고, 뜨거운 태양열이 내리쬘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가지가 나무에 끝까지 붙어 있는다면, 결국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가지가 비바람이나 태양열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둥치에서 떨어져 나갈 때 결국 그 가지는 말라서 버려집니다. 어떤 가지가 될지는 우리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예수님을 끝까지 붙잡고 있느냐, 놓아 버리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선택에 따라 나에게서 많은 열매가 맺어지느냐, 아니면 아무 쓸모없이 버려지느냐도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