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고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가 오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한 아기가 그 메시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메시아가 오실 때는 분명 화려하게 구름을 타고 천사들을 거닐고 나타나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예수님은 아무도 모르게, 보잘 것 없는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보통 아기와 똑같이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동방 박사들의 예루살렘 방문이 온 이스라엘을 술렁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정작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던 이스라엘은 조용히 있었는데, 멀리 동방에서 박사들이 별 하나를 보고 이스라엘까지 찾아와서, 유대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동방 박사들의 방문을 받고나서야 헤로데 임금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성경을 펼쳐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찾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구약의 미카 예언서를 찾아내서 메시아가 태어날 곳은 유다 지방의 베들레헴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동방 박사들은 다시 베들레헴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동방에서부터 비추어 왔던 별이 멈춘 곳으로 가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아기 예수님을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며,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않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님께서 이방 민족 사람들에게 경배를 받으셨기에 우리는 이 사건이야말로 아기 예수님께서 온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나셨다고 해서 오늘을 ‘주님 공현 대축일’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을 구원하실 메시아께서 이 세상에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메시아를 없애려 하는 헤로데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메시아가 없어도 그들이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오히려 메시아가 나타나면 자기들이 살아온 삶이 위협받고, 누려오던 부와 권력이 빼앗길 것 같은 불안감이 메시아를 거부하게 만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도 그때와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비신자이든 신자든 간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님이 없어도, 신앙이 없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신앙을 가지면, 예수님을 알게 되면 오히려 사는게 불편합니다. 그동안 편하게 추구하고 누려왔던 삶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야 오든 말든 나는 내가 살아온 그대로 계속 살아갑니다.

세상의 구세주께서 아무런 힘도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메시아와는 정말 너무나도 다른 것입니다. 불의가 넘쳐흐르는 이 세상을 한 번에 확 바꾸어버리는 그런 메시아가 아니시라는 것입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메시아는 결국 우리 삶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아기 예수님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을 소리 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