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며 성소주일입니다. 성소란 거룩한 부르심, 즉 하느님의 부르심을 의미합니다. 이 하느님의 부르심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하느님이 가지고 계십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런 길 혹은 저런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런 길 혹은 저런 길로 부르시고 우리가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것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6)

 

 그런데 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우리가 알아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부르심은 성경에서 본 것처럼 하느님이 직접 우리에게 나타나셔서 우리를 부르시는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접은 아니더라도 하느님은 내 주위 사람들이나 어떤 사건이나 우리 내면의 갈망이나 소리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는 흔히 부르심을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와 결혼 성소 등으로 구분지어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제의 길로 부르심을 받고, 어떤 사람들은 수도자의 길로 부르심을 받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결혼의 길로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길들을 택했다고 해서 부르심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사제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수도자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결혼을 했다고 해서 부르심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또 다른 부르심이 계속 이어집니다.

 

 저도 사제가 되기 전에는 사제가 되는 것만이 부르심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제가 되고 나서 보니 사제의 길은 부르심의 시작이었고, 이제 어떤 사제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또 다른 부르심의 길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막연하지 않고 대단히 구체적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에서 순간순간 하느님의 명령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르심의 길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은 무엇일까?’ ‘하느님은 나를 여기서 어떻게 쓰시려고 할까?’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응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시작입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오늘은 우리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각자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부르심의 길을 찾은 분들은 그 길을 충실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을 때 그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길을 가면서 헤맬 때조차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 길에서 만나는 실망과 패배, 절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시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