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12주간 6월26일 금(마태8,1-4)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많은 군중이 그를 따랐다.”

이미 그분은 산상설교를 통하여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길인지를 산 피정을 하였다(5장-7장 참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가난을 몸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며, 슬퍼하는 사람이란 자신의 죄, 이웃의 죄와 고통과 불행으로 슬픔을 겪는 사람을 말하며,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온유한 사람은 주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말하며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진리이신 예수님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을 말하며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는 것을 산피정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었다. 8장에서 우리는 많은 병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구원을 청하는데, 오늘 복음에서는 어떤 나병환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군중 가운데서 나아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도움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는 나병에 걸렸기 때문에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하였다. 당시 나병은 천형으로 여겨 정상적인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였으며, 죄인취급을 받았다는 것이 이중고통이었다. 오늘날 나병환자는 누구일까?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죄로 일그러진 우리의 추한 영혼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뭇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군중들 속에 있으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경청하다가 이분이야말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심을 확신하고 그분께 구원을 청하였던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그렇게 기억할 만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확실히 그 사람은 군중들을 밀어붙이는 두둑한 배짱을 보여 주었다. 군중들은 그를 기피하였고 무시하였으나 그는 군중들 속에 있으면서 그분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았고 어는 순간 갑자기 이 설교자가 누구인지, 그분의 말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서는 확신에 차서 그분 발치에 엎드려 절하며 큰 소리로 외쳐 구원을 청했던 것이다. 그는 메시아를 발견했던 것이다. 생전 처음 본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한 번에 메시아임을 알았을까?

그는 분명 무엇인가 갈망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늘 찾았던 것이다. 그는 타는듯한 목마름으로 긴 세월을 보내면서 하느님께 기도하며 살다가 어느 날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우리는 주님을 만난 적이 잇는가?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적이 있는가? 단 한번이라도, 나의 신이 살아계심을 체험한 적이 있는가?

신앙생활은 그저 그럭저럭 살아가는 청량제나 쉼터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순교자가 왜 나오겠는가? 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정녕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셨다. 그 불은 진리의 불이요, 성령의 불이요, 구원의 불이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신다. 그러나 원수 마귀는 우리를 속여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꾀여 영원을 잊고 이 세상쾌락에 빠져 살다 지옥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그들의 작전임을 알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를 십자가에서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셨던 것이다.

그래서 산상설교, 또는 진복팔단의 길은 우리가 살아내야 할 복음적 삶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 아침 성무일도 성경말씀에 의하면,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2,19-20)

그렇다. 지금 내가 사는 이유는 나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의 몸을 희생제물로 내어주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유를 확실히 꿰뚫고 살아야 어떤 고난이나 역경과 질병이 오더라도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팍팍한 이민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를 위해서 시간과 인생을 투자해서라도 그분을 만나야 한다. 그러면 삶이 바뀌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분을 만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할 때 그분이 어느 날인가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 복음의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극적으로 만나 구원을 체험하였던 것처럼, 그는 이제 팔자가 풀려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인생 역전 드라마는 누구를 만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그분을 만나고자 하는 갈증을, 갈망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작은 기도의 시작이다.

그분은 우리의 추하고 더러운 것을 한 번에 깨끗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신 하느님이시다. 그분께로 나아가 우리의 추함을 보여 주며 깨끗하게 해주십사 도움을 청하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