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화(루카10,38-42)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

바쁜 것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바쁜 것은 그저 ‘바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빠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 아이들조차 바쁘다는 말을 예사로 합니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은 너무 바쁜 성질이 있기에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꺼지기 전에 빨리 가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납니다. 차도 사람도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가다가 돌연사가 일어납니다.

외국 사람이 우리 한국 사람에게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는 말이라고 하는데 서글픈 마음이 일어납니다. 여기 미국 와서 느낀 점이 그들은 줄 설 때도 느긋하게 양보도 하고, 운전 할 때도 먼저 가라고 양보를 하는 모습을 간혹 볼 때 이 것 하나만은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리는 여유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르타는 동생이 자기 일을 거들어 주지 않는다고 예수님께 일러바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40절 참조)

나는 바쁜데 동생은 놀고 있는 모습이 심통이 낫는 가 봅니다. 과연 예수님은 배가 고파서 마르타와 마리아 집에 갔을까요?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뭔가 생명의 말씀을 전해주고 싶어서 들렀는데, 손님이 집에 왔으면 말동무 할 사람이 있어야 지 모두가 다 부엌에 들어간다면 손님은 T.V만 보고 있어야 합니까? 누군가는 손님과 말동무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요. 그리고 동생이 주님의 발치에 앉아 다소곳이 말동무를 하는 것을 보면 언니가 음식 장만을 하는 육체적 노동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으로 하늘에 보화를 쌓을 일을 하는데도 그는 그것을 짐으로 여기고 있으니 받을 상을 잃게 되는 꼴이 되었습니다. 만일 그가 겸손하고 친절하게 말없이 시중 드는 일에 헌신하였으면 주님께 더 큰 칭찬을 받을 것인데 봉사를 하면서도 불평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말없이 시중들고 봉사합시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없는 마리아를 두둔하십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말씀을 듣는 일’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말씀을 들어야 주님의 뜻을 알고 실천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바쁘게 살고 분주하게 움직여도 말씀을 듣고 따르지 않는 생활을 공허하고 기쁨과 평화가 없습니다.

우리는 마르타처럼 일하고 음식 만들고, 이것저것 하느라 너무 바쁩니다. 하지만 때로는 마리아처럼 그분의 말씀을 조용히 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도생활에 전념해야 합니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입니다. 육신이 아무리 바빠도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며 숨을 매일 쉬듯이 영혼도 기도하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영의 양식을 취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갈증을 느낍니다. 따라서 베네딕토 성인은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로 수도원 안에서 노동을 하는 것을 수도생활의 규칙으로 만들며 기도의 양식을 날마다 먹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인생 문제의 해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도하는 사람은 뭔가 다릅니다. 자신의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자주 방문하고 묵주기도하면서 주님 말씀을 듣고 실천할 때 나도 모르게 어려운 그 문제들이 하나 둘 씩 풀린 다는 것을 체험해야 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도 맺을 수 없지만 붙어 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성경 말씀처럼 예수님 곁에 붙어있기만 하면, 다시 말해 기도하기만 하면 저절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힘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하느님의 힘을, 은총의 힘을 받아야 합니다. 기도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늘의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한 자매님의 남편이 바람을 펴서 어떤 여자와 함께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갔는데 그녀는 죽고 싶었지만 자녀들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했는데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서 사정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께서 “자매님, 남편이 돌아오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렇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 자매는 꾸르실료 교육이나 성령묵상회도 받고 해서 신심이 깊은 여인이었기에 용서해 준다고 했지요. 인간의 힘으로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 자매는 그 날부터 매일 한 시간 성체조배를 하면서 남편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였더니 한 달이 못 되어서 남편이 돌아와서는 잘못했다고 용서를 청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매는 그 남편을 용서하고 둘은 다시 예전처럼 성당에 열심히 다니며 아내에게 잘 해주고 한 눈 팔지 않고 가정생활에 충실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떤 일을 하려하는 것보다 주님께 의탁하는 것이 더 큰 열매를 맺습니다.

‘필요한 것 한 가지’는 주님 발치에 앉아 주님 말씀을 들으며 주님께 여쭙고 그분으로부터 힘을 얻으며 그분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바오로야, 안나야!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우리가 닦아야 할 수많은 덕들 중 가장 중요한 덕 세 가지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첫째도 겸손이요, 둘째도 겸손이며 셋째도 겸손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가 무엇인지를 날마다 묵상하며 살아간다면 하는 일마다 잘 풀릴 것이고, 주님의 은총을 가득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