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여러분, 음력으로 새해 첫날인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다들 설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내용의 인사를 나누게 되지요. 그렇다면 오늘 서로가 복을 빌며 나누는 그 인사말이 우리에게는 어떤 복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오늘 우리가 받을 복은 어떤 복인지 복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복이라고 하면 다섯 가지 복, 오복을 말하는데 오복은 공자님이 말씀하신 오복관(五福觀)으로써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입니다. 수(壽)는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고, 부(富)는 주리지 않을 만큼 재물을 많이 갖게 되는 것이고, 강령(康寧)은 몸과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되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고, 유호덕(攸好德)은 덕을 베풀면서 사는 것이고, 고종명(考終命)은 편안하게 죽음을 잘 맞이하는 죽을 복을 말하는 오복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일반인이 생각하고 있는 이런 복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며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를 통하여 늘 깨어 지키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깨어 있는 종들은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인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주인은 나에게 주급을 주고 봉급을 주는 사장이나 경영자가 아니고, 오늘 제2독서의 말씀처럼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안개일 따름입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하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명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아침 안개와 다름없으며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시들어버리는 꽃들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인은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참되게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며, 그분의 날이 밤중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늘 준비하며 주님을 맞이하는 깨어있는 종들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는 지혜로운 종들이라는 말씀입니다.

마태오 복음과 루카복음에 나오는 진복팔단, 산상수훈의 핵심은 참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의 내용입니다. 세상과 물질이 주는 행복이 아닌 하느님 나라에 대한 행복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가난한 사람, 지금 굶주린 사람, 우는 사람, 박해받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세상에서는 아무도 그런 사람을 행복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굶주림과 박해의 원인이 하느님 때문이라면 다릅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면, 주님과 함께 그런 사람을 산다면 누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태석신부-의사 8년의 사제생활, 볼리비아수녀-동생의 죽음, 그곳에서 흙이 되겠다는)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참 행복은 하느님 때문에 가난해 지는데 있습니다. 이것이 행복의 열쇠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느님 때문에 가난해 지는 것일까요? 첫째,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비워야만 채워 주십니다. 소유는 언제나 또 다른 소유를 부릅니다. 누구나 재물을 소유하면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싶어합니다. 하느님 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은 이 끝없는 욕망 앞에서 절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소유의 욕망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 하느님 때문에 가난해지는 사람이요 물질 앞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소유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선포하신 행복은 세속의 행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복입니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예레17,7) 시편송가에 “복되어라, 주님께 믿음을 두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오직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이며 부유한 사람이란 하느님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자신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불행한 사람은 하느님을 상실한 사람이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고 조금도 애쓰지 않는 사람이며 하느님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자기네 뱃속에 이익만 챙기며 세상 것에 마음을 빼앗기며 영원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주님의 뜻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야말로 늘 깨어 기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돈보스꼬 성인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매일의 의무를 기쁘게 행하는 것이니 매일 해야 할 바를 성실히 해나갑시다. 일상에 대한 충실, 그것보다 더 큰 봉헌은 없습니다.... 그것이 기도이든 활동이든 고통의 수용이든 상관없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않고 끝까지 일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이며 천국가는 행복의 길입니다.”

행복하냐고 누구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행복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주님과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주님을 만난 사람, 주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 성령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은 늘 행복합니다.

행복은 어디서 올까요? 행복은 근원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분 안에 늘 머무르며 주인이시오 혼인 잔치의 신랑이신 주님을 늘 깨어 기다리며 그분이 오시기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늘 행복하십니다.

2010년 경인년 새해에 주님이 주시는 복 많이 받으시고 특히 일상의 삶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우리 이웃들에게도 행복을 전하는 행복전도사로 살아가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