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2009.3.24 에제 47,1-9.12; 요한 5,1-3.5-16)
축제로 떠들썩한 예루살렘의 ‘양 문’곁
벳자타 못 주변에는
온갖 병자들이 누워 있었습니다.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그들을 둘러보시는 주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의 후미지고 어두운 곳을
보고 계실 예수님의 눈빛을 생각합니다.
찾아오는 이 모두의 병을 낫게 하시고
다가와
옷 술에 손만 대어도
병이 낫는 기적을
아낌없이 베푸시던 주님께서 오늘
서른여덟 해를 앓고 있는 이에게는 좀 독특하게 대하십니다.
먼저 다가가 “건강해지고 싶으냐” 고 물으신 일도 그렇고
치유하신 후에 들려주신 말씀도
다른 때 같지가 않습니다.
병이 나은 사람에게는 늘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이르시고
“너는 구원되었다”고 선포하시곤 하시던 분께서
오늘은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하시니까요.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앓아누워 지내는 일은
얼마나 큰 고통일지요.
그 보다 더 나쁜 일이 과연 무엇일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이는
죄를 짓는 일
거듭 죄에 빠지는 일
알면서도 죄를 피하지 않는 일을
경고하심이 아닐까 짚어 봅니다.
죄는
우리의 감정을 마비시켜
서른여덟 해 쯤 꼼짝없이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라 새깁니다.
그리고
서른여덟 해나 죄에 묶여 굳어진 마음은
자신의 고통을
“물이 출렁거릴 때에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는”탓이라
원망하고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가는”탓이라고
질시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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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온 세상을 위해 은총을 부어주고 계십니다.
주님의 은총의 강에서
발목만 담그고 찰랑댈 수 있습니다.
허리정도 잠겨서 몸을 씻고 머리를 감고 깨끗해 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정도 에서는
내 마음에 따라
내 힘으로 얼마든지 되돌아 나올 수 있는 지경입니다.
때문에 하느님의 사람은
최소한 은총의 바다를 헤엄칠 각오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라면
은총의 바다에 잠겨 모든 것을
그분의 파도에 맡겨
둥실 떠있는 사람이라 믿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으로 되살아나서
새 생명을 얻은 우리에게 간곡히 이르십니다.
“다시는 죄짓지 마라”
세례로 건강해진 우리들이
우선 남을 탓하지 않고
남을 원망하지 않는 일만으로도
더 나쁜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권고로 받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일을
판단하고 박해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나쁜 일’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새기기 바랍니다.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시는 그분의 은총은
세상 모두에게 닿아
세상의 모든 이를 되살아나도록 하시기를 소원하십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