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함을 찾고자 하면 끝이 없습니다. 걷다가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입니다. 하지만 잠만 자고 사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인간은 어느 정도 선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이라는 것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능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달리기를 한번도 연습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순간 100미터를 순식간에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평소에 달리기를 꾸준히 해 온 사람이 그렇게 달릴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의 내면의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내가 없는 사람이 참을 리가 없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 용서할 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내면 안에 쌓아둔 가치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이지요. 그리고 그 내면의 가치라는 것은 자신이 훈련하기 나름인 것입니다.
사제들을 보면서 존중하는 이유가 ‘신학교 생활이 힘들었을 테니까’, ‘혼자 사시고 가는 길이 외로우니까’라고들 하시는데 신학교 생활이 그렇게 미칠듯이 힘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군대가 더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신학교 생활은 열심히 하는 만큼 그때그때 보상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방학을 맞아서 본당에 돌아가면 본당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그리고 신학교 안에서도 이런 저런 기쁨의 요소들이 많습니다. 신학교 공부가 힘들다 하지만 그것도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구요. 정말 열심히 습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해놓은 서머리를 얻으러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열심히 즐긴다고 바쁜 사람도 있었습니다.
혼자 사는 것은 벼슬이 아닙니다. 사제의 독신 생활 때문에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그럼 모든 싱글족이 존중을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정결이라는 것이 존중을 받아야지요. 하지만 독신과 정결을 아무런 의심없이 강하게 연결시키는 것은 오류입니다. 혼인 생활을 해도 마땅히 정결해야 합니다. 자신의 아내 외에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아서는 안되지요. 사제가 독신을 유지하는 이유는 ‘하느님’ 외에는 다른 것을 보지 말고 신경쓰지 말라는 외적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이지 그 자체로 그의 마음이 온전해 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사니까 술을 진탕 퍼마셔도 되고, 혼자 사니까 담배는 얼마든지 피워도 된다고 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사제는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고 술을 절제할 줄 알고 사회 통념상 부정적인 것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제가 사제로서 존중받는 이유는 사제직에 합당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사제직에 합당한 사람으로서 성덕의 완성에 이르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그래서 존경받아야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외적 조건 때문에 존경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어쩌다 내면의 심지를 굳혀 보자는 이야기가 사제의 모습에 대한 자아반성적 고찰이 되어 버리긴 했습니다마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갈수록 더 뒤로 물러날 뿐입니다. 하느님을 찾고 그분에게 나아가십시오.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렇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훗날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내면의 그릇을 지니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