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탈선

어제 첫영성체 부모 모임을 마치면서 한 부모가 다가왔습니다.

- 저 첫영성체를 앞두고 있는 아이가 지금이라도 성사를 볼 수 있는지요?

- 아이가 정 고해성사 보기를 원한다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영성체 받기 얼마 전에 모두 같이 준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적어도 고해성사가 뭔지는 배우고 받으면 좋겠지요. 지금은 아이가 고해성사가 뭔지도 모를 것이고 아마도 부모님이 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요. 헌데 왜 그러시는지요?

- 아이가 자꾸 집에 돈에 손을 대어요.

- 그러면 그러는 이유가 있겠지요. 생각을 해 보세요. 배고픈 고양이가 길에서 생선을 만나면 그걸 먹겠습니까? 먹지 않겠습니까? 고양이가 왜 배고픈지를 성찰하셔야 하고 길에 생선을 함부로 놓아두지 않도록 해야지요.

- 저희가 일한다고 바빠서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데 자꾸 돈이 사라져요.

-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자연스레 좋은 것이 있으면 갖고 싶어하고 그것을 얻고 싶어해요. 헌데 아이가 올바른 가치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물질적인 것을 원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들은 중요시 여기지 않지요. 그건 부모님의 책임이에요. 아이들로서는 자신들이 바라는 것으로 다가갈 뿐이지요. 하지만 좋은 가치를 가르치는 건 부모님들 몫이라구요. 그리도 집에 돈을 함부로 두는 것도 여러분이 챙기셔야지요. 눈앞에 먹잇감이 있는데 그걸 먹지 말라고 한다고 먹지 않을 고양이가 어디 있겠어요. 돈을 한 곳에 모으고 손을 댈 수 없는 조치를 취하셔야지요.

그렇게 한 부모를 보냈습니다. 곧 다음 부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우리 아이가 복사단의 OOO인데요. 한날은 그 아이 교실에서 휴대폰이 사라졌는데 그 아이가 집에 와서 보니 가방 안에 휴대폰이 있는 거예요. 헌데 우리 아이 말로는 절대로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해요.

- 그녀석은 내가 복사단에서 이뻐라 하는 녀석인데... 아이와 솔직하게 이야기는 나눠 보셨나요?

- 그녀석은 아니라고만 해요. 자기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데요. 애아빠가 휴대폰은 가서 돌려 주었어요.

- 음... 사실 그 또래의 아이들로서는 이러 저런 유혹에 빠질 수 있을 가능성이 많지요. 그리고 자기 친구들이 못된 마음을 먹고 그런 짓을 그 아이에게 했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일단 아이가 아니라고 하고 휴대폰은 돌려 준 상태니 이번은 아이를 믿어 보도록 하지요. 어머니는 일단 좀 진정하시고 아이를 사랑해주세요. 사실 유혹은 늘 존재하고 우리는 언제라도 그 유혹에 빠질 수 있어요. 복사를 서는 녀석이니 자신이 정말 마음이 아프면 고해성사를 보기라도 하겠지요. 그러니 한 번 아이를 믿어 주도록 해요.

그렇게 두 번째 가족도 돌려 보냈습니다. 사실 전들 가정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아동 심리 교육 전문가도 아닙니다. 저는 사제일 뿐이지요.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저는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셈입니다.

아이들의 탈선 앞에서 어른들은 당황합니다. 특히 이곳 어른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마냥 순진하고 착하고 어리기만 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엇나가기 시작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무턱대고 그 일을 당장 가로막기 위해서 아이들을 때리고 윽박지르고 위협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자신들이 그 아이들의 탈선에 상당부분 동조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기 힘들어 합니다. 아이들의 맑은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님입니다. 오직 사랑만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지요. 그러나 그런 사랑을 주기에 이곳 어른들은 너무나도 준비가 부족합니다. 모쪼록 제 교육과정이 그들의 마음에 가 닿아 어른들을 변화시키고 가정을 행복으로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