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하는 아내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남편이 욕정에 불타고 절제 없는 사람일 때에 그러합니다. 헌데 부부 관계에서 그것이 일어나니 어디 가서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남편이 미친듯이 돌변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전에 예비되어 온 과정일 뿐입니다. 아내는 일찍부터 남편의 그런 욕구를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남편을 올바르게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다른 데에 정신을 팔아 왔기에 남편의 쌓여진 욕구가 폭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 인격체는 혼인이라는 거룩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온전한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상대의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과 결함까지도 감싸서 온전히 하나가 되겠다는 결의였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욕구를 돌보아 주어야 하며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혼인은 이를 위해서 이루는 약속인 것이지요. 그저 상대의 배경을 보고 상대의 여러가지 잇점을 보고 세속적인 욕망으로 ‘계약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요즘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혼인이라는 거룩한 행위가 생각만큼 거룩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욕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성적 욕구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욕정이라는 것 안에는 세속적인 욕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둘은 창조주의 거룩한 질서 안에서 서로를 향한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세속적인 욕구로 함께 살기로 마음 먹는 것이고 그런 욕구들이 사그라들거나 망가지기 시작할 때에 결국 그들의 계약은 파괴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미 이루어진 일은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는 시간은 내가 아직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모아 상대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다면, 상대의 부족함을 감싸 안을 수 있다면 관계는 충분히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명을 이루기에 우리는 너무나 준비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깨어진 유리잔은 다시 붙이는 것이 참으로 힘이 듭니다.

혼인을 하느냐 이혼을 하느냐 하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마음이 갈라서 있는데 같이 사는 것은 곤욕일 것이고 마음이 하나로 뭉쳐 있는데 둘 사이의 거리가 어떻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마음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고 그 마음이라는 것은 오직 하느님만이 진실로 하나로 엮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