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신심 프로그램 참여’입니다. 마치 해병대 기수처럼 몇 기인지를 따져가면서 어느 특정 프로그램에 일찍 참여한 것을 내세우고 거기에서 봉사자로 일하는 것이 소위 감투가 되곤 합니다. 다른 형태로는 ‘대부’도 한 몫을 차지합니다. 얼마나 많은 대자를 거느리고 있는지, 그 이면에는 그 본당의 터줏대감이라는 명예심도 작용을 하고 있지요.

이런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겸손의 결여’ 입니다. 이분들은 겸손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신심의 여러가지 행위를 잔뜩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분들은 자신들의 착한 행실을 내비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것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교만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참으로 신심생활을 하게 되면 자신이 소유한 것의 초라함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절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그의 선함에 절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는 그는 모든 이를 위한 존재가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재능과 재주를 내세워 쓰임새를 찾겠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것들을 지탱하는 ‘받침대’가 필요하지요. 노트가 없으면 아무리 값비싸고 좋은 펜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써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우리들 사이에 하얀 종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이들이 자신들을 통해서 그들 고유의 빛을 드러내게 도와주지요.

아무리 잘난척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걸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소용없는 것입니다. 겸손한 이들은 묵묵히 그들의 말을 경청해주고 그들이 자존감을 지니도록 도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