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하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성모님에 관한 가르침이 믿어 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고 듣고 살아왔기 때문에 동정녀가 예수님을 잉태 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교회에서 가르쳐 주는 많은 믿을 교리들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세상살이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믿음이 없는 상태로는 상대방을 용서하고 양보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기에 한 피정에 참석했는데 처음으로 듣게 된 노래의 제목이 “사랑하면 알리라” 이었습니다. 마치 무슨 마법에 걸린 듯 노래 가사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나는 물었다. 세상은 사랑 찾는데, 왜 고통이 있냐고? 사랑하라, 알고 싶거든, 빛이 솟음을 너 보리라” 
그 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떠오른 생각은 ‘해보라고? 뭘 알아야 해보던지 말든지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해볼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의문은 다시 또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내가 교리를 배울 때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일주일에 3번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교리기간 동안 다 배우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다시 통신 교리를 신청하고 전 과정을 다시 이수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날 예비군 훈련을 갔다가 하루 훈련을 마치고 휴식 시간이 되었고 언덕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녁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노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 사랑에 흠뻑 빠지도록 저를 좀 꼬드겨 주십시오. 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고 한 회합에 참석했습니다.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슬그머니 심통이 치밀었습니다. 저 사람은 도무지 얼마나 믿음이 강하기에 마치도 예수님을 만난 사람처럼 저렇게 당당하지? 싶었고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하느님 만나봤어요?’ 모임의 분위기는 저의 한 마디 말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냉 해졌습니다.
그분은 빙그레 웃으면서 하느님 만나고 싶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기가 찼습니다. 그럼요 안 그런 사람 있나요? 라고 되받았습니다. 그분은 대답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이십니다. 사랑을 실천 해보세요.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그딴 소리 한두 번 듣는 거 아니다 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뭔가 요술 지팡이 같은 것을 기대하고 갔던 모임인데 또 헛일 했구나 싶었습니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머리카락이 배수를 막고 있었고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욕실 문을 열고 ‘살림 하는 여자가 뭐 하는 거야 청소 안 해서 물 안 빠지잖아 ’ 라고 소리를 질러야 할 순간이었습니다. 
문득 사랑을 한번 실천 해볼까 싶었습니다. 머리카락을 집어서 휴지통에 넣는 데 목이 콱 메이더군요 벌거벗고 쭈그리고 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사랑하면 알리라’ 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빛이 솟음을 너 보리라~~~

-먼지아빠-

믿음은 익숙해지는 것

믿음이라는 것, 신앙이라는 것은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마치 자동차처럼 그것을 가지는 순간부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지요. 믿음이라는 것은 오히려 ‘내밀한 결심’입니다. 알아듣기 쉽도록 비유로 설명을 드리지요.

제가 볼리비아에 처음 왔을 때에는 이 동네의 ‘치즈(queso)’에 대해서 문외한이었고 그 맛과 향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먹는 치즈는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음식 중의 하나였지요. 그 강한 맛과 향은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신자 가정에 초대받을 때마다 조금씩 대접받는 그 치즈를 울며 겨자먹기로 조금씩 먹으면서 맛을 들이다보니 어느새인가 그 치즈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전과는 달리 그 치즈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치즈 종류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대충 알고 어떤 치즈가 향과 맛과 식감이 풍부한 좋은 치즈인지 어떤 치즈가 짜고 형편없는 치즈인지도 알 수 있게 되었지요.

신앙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우리는 신앙을 통째로 어떤 사물처럼 선물받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경향’으로 초대받고 거기에 익숙해져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노력 안에는 ‘믿으려는 노력’이 깃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노력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나의 내면에 훌륭한 믿음이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계기를 바탕으로 갑자기 신앙이 생기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특별한 체험을 통해서 갑자기 하느님을 향하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급하게 한 사람처럼 갑자기 요요 현상이 오기도 합니다. 급하고 갑작스럽게 받아들이 신앙인만큼 뿌리가 약해서 금방 무너지는 신앙이기도 한 것이지요. 어떤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받아들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세상적인 일이 생기면 또다시 무너지기도 하는 신앙인 셈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향한 자발적 선택’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 살아온 것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보이지 않는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꾸준히 용기를 잃지 않고 매사에 자기 자신을 버리고 일상 안에서 다가오는 시련들과 도전들을 십자가를 지듯이 묵묵히 지고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훌륭한 신앙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겸손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