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이라는 것은 두 인격의 온전한 자유의지의 결정과 하느님의 거룩한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혼인을 한 부부는 이미 ‘한 몸’입니다. 그래서 이 결합은 갈라질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몸 왼쪽과 오른쪽이 따로 살아오다가 결국 한데 뭉쳐져서 같은 머리와 같은 심장을 공유하는 것으로 상상해보면 됩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수도자와 성직자는 그와 같은 결합을 정배이신 ‘예수님’과 이루는 것으로 상상하면 됩니다. 가장 온전한 신랑을 만나는 셈이지요. 가장 큰 사랑을 지니고 있고 절대적으로 충실한 신랑인 셈입니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온전히 이루어진 혼인에 있어서 ‘이혼’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심장과 머리를 공유하고 있는 두 지체 중에 한 쪽이 갈라지기 시작한다면 그 몸은 죽고 맙니다. 그러나 한 측이 머리와 심장에 더욱 밀착해 있어서 다른 쪽만 떨어져 나간다면 그 떨어져 나간 쪽은 죽겠지만 여전히 머리와 심장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는 지체는 살 것입니다.

그럼 교회에서 진행한다는 혼인 무효화 소송은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대두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것은 이미 온전히 완결된 혼인을 갈라놓는 게 아니라 혼인할 당시에 문제가 있었기에 그 결합이 전혀 온전치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즉, 시작부터 없던 혼인이었다는 것이지요. 한 측이 ‘두려움’에 의해서 지배 당해서 억지로 한 혼인이라던지, 아니면 한 측이 ‘이미 엇나간 관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대를 속여서 마치 처음 하는 혼인이라고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혼인의 유대가 성립하지 않는 것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 것입니다. 따라서 혼인 무효화 소송은 엄중한 절차 아래에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이 절차를 조금은 간소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구요. 하지만 이미 완결된 혼인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해 드립니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마르 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