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난관이 있는 일은 아닙니다. 물론 ‘운동부족’으로 난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신체적으로 큰 힘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이런 교육을 한 번 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로해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일테지요. 특히나 거룩한 것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사람을 마주한 채로 거룩한 것을 가르치려는 시도는 참으로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제와 신자 관계면 다행입니다. 사제와 사제 관계에서는 이것이 더욱 극심해집니다. 그래서 농담처럼 사제를 앞에 두고 하는 강론이 가장 힘들다고 하지요. 왜냐하면 저마다의 생각이 단단히 굳어져서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일 의도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난하고 소박한 이들과 어울리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가난한 이들은 소박하고 겸손한 법이니까요. 반면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이들에게서 겸손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힘든 법입니다. 쇼핑을 언제 가고 무슨 옷을 사고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지 머리에 가득한 사람에게 하느님에 대한 진실한 가르침이 다가가리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맨땅에 성을 쌓는 것과 이미 쌓여진 잘못된 성을 부수고 다시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되는 셈입니다. 후자는 두배의 노력이 드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허락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가르침을 전해야 했기 때문에 성벽을 부수는 작업에 허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때로 교만한 이들을 만나면 그들의 현실을 깨닫게 도와 주시기는 했지만 그들의 성벽은 무너지지 않고 도리어 높아져 결국 예수님을 살해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세례 교육 한 번 한 것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서 흐르는 영적 움직임은 하루 하루마다 소설 한 권 씩이 나올 수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