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불편한 책 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뭔가 감출 수 없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책들이 있습니다. 읽기 시작하면 순차적으로 논리가 딱딱 들어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뭔가 공허한 느낌이 나는 책들이지요.
논리에는 맞지만 영혼에 맞지 않는 책들입니다. 그런 책들이 있다면 당장 내려놓아도 무방합니다. 이해하기가 힘이 들어서 난해한 책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한 책은 뭔가 잘못된 책입니다. 물론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그 안의 내용 가운데 뭔가가 내 영에 맞지 않아서 그런지 분간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든 저든 마찬가지입니다. 왜냐면 지금 읽어서 이해하지 못할 내용을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고, 그게 아니라 영혼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서 불편하다면 당장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집어서 읽으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책들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물론 검증된 책들이 있습니다. 성경과 성인전과 같은 책들이지요. 그런 책들이라면 내용이 난해해서 지금 당장은 읽기가 힘이 들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필요한 이해력을 함께 주실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저서들 가운데 뭔가 읽으면서 꺼림칙한 것이 느껴진다면 굳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차라리 보증받은 좋은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으십시오. 그것이 우리의 내면을 가꾸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