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살기

신앙생활에 관련해서 주변으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핀잔은 다음의 질문으로 함축됩니다.
“니는 밥 안 먹고 살 수 있나?”
이 질문을 받으면 그리스도인들은 약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말이 요지부동의 진리의 말로 들리기 때문이지요. 사실이 그러하니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밥 만으로 사느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일까요?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걸까요? 밥 먹고 살려고 여기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위의 질문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 즉 우리 삶의 핵심을 차지하는 질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별달리 할 말이 없어지는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 안에서 뭔가가 아니라고 외칩니다. 우리는 밥만 먹고 살려고, 즉 생존만 하려고 여기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우리 스스로 깨닫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는 뭔가 다른 걸 찾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존재이지요.

여기에서 서로들 길이 갈립니다. 밥으로 행복해지는 사람, 밥 이외에 다른 활동으로 행복해지는 사람, 그리고 하느님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안에는 이 모든 요소들이 고루고루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일종의 선택을 하게 되지요.

밥에서 멈추는 사람, 활동에서 멈추는 사람은 하느님으로 행복해지려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으로 행복한 사람은 그 밖의 행복도 모두 끌어안을 수 있지요.

만일 누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세상 안에서 충실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안에서도 성실함을 유지하면서 나아가 하느님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지요. 시선이 세상에만 굳게 고정되어 있는 이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우리가 하는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는 활동에 불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으로부터 이해 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여러분들이 찾는 것을 ‘이미 얻었기에’ 행복한 이들이 되십시오. 세상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불행할 것이고 설령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하더라도 금세 다른 것을 원하며 다시 불행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쉬는 이들은 가진 것 모두를 통해서 행복을 누립니다. 신앙인들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신앙인들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질투와 분노는 식을 줄 모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