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의로움과 심판

죄에 대한 잘못된 생각 - 예수님을 믿지 않기 때문.
의로움에 대한 잘못된 생각 - 예수님이 아버지께 가고 우리가 더 이상 예수님을 보지 못하기 때문.
심판에 대한 잘못된 생각 - 이 세상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

한 어린아이가 컵을 깨었습니다. 이것은 죄일까요 아닐까요? 주의깊게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 아이가 실수로 손에 힘이 없어서 깨었다면 그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미워서 고생하라고 깨었다면 죄입니다. 죄는 외적으로 드러난 것을 뛰어넘어 보다 심도 깊은 곳에 있습니다. 죄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근본 방향에 대한 고민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해 있는가 하는 것에서 이미 죄는 시작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정 기간 단식을 하기로 한 수도자가 먼 곳에서 동료 수도자가 와서 함께 식사를 그것도 고기를 같이 나누어 먹었을 때 세상 사람들은 그 수도자를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 땡수도자'라면서 죄인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전혀 반대로 그의 내면에는 '동료를 향한 깊은 애정'과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는 인내'의 보석이 빛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진정한 죄의 분별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고, 우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생각해오던 죄라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에게 돌아서서 그분의 빛을 받는 순간부터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으신 분이시기에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 뿐입니다. 결국 죄라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을 믿지 못할 때에 그 즉시 죄의 상태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의로움이라는 것은 규정의 준수에서 비롯하지 않습니다. 모든 규정을 철두철미하게 지킨다고 해서 의로움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의로움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로움은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됩니다. 의로운 분은 오직 한 분 뿐입니다. 그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실상 우리는 의로움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합니다. 예수님 우편의 강도가 어떻게 해서 의로움을 얻어 예수님의 구원의 말씀을 얻었는지 그리고 왼편의 강도는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외적인 것'으로 판단하려고 들거든요. 의로우려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데,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의로움의 기준들은 모조리 외적인 것입니다. 사실 마음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건 그 어디에도 없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묵주기도 20단씩 바치면 거룩한 사람, 아니면 부족한 사람이라는 근본 없는 공식을 은근히 마음 속에 지니게 되는 셈입니다. 예수님이 아버지께 가고 우리가 예수님을 보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는 거기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버지께 예수님이 갔는지 아닌지, 그리고 지금 예수님은 어떤 상태인지 우리로서는 알지 못하기에 당연히 우리는 예수님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으면서 의로움을 행한답시고 죄를 짓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의로움은 보이지 않는 데에서 이루어집니다. 의로운 분은 하느님이시며 그 하느님에게 다가서는 이, 모든 것을 그분께 의탁하는 이, 그리고 그분이 이끌어주시는 이가 의롭게 됩니다.

심판이란 것에 대해서 우리는 막연히 '마지막 날에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만에요, 심판은 이미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상 우두머리는 심판을 받았다고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이 세상 우두머리를 쫓아가는 모든 이들 역시도 이미 심판을 받은 셈입니다. 요행을 바라지 마십시오. 지금 한참 세상의 우두머리(돈, 명예, 권력)을 온 마음을 다해 쫓아가면서 언젠가는 회개하고 하느님을 따르리라는 요행 따위는 버리셔야 합니다. 회개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이루어져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나중에'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회개를 미룹니다. 자신의 그런 마음이 어둠의 영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는 셈이지요. 나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어두움의 행실을 계속하면서 '나중'을 찾을 때 그 나중의 진정한 의미는 현재의 '게으름'일 뿐입니다.

또 장황한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저로서는 나름 열심히 해설해 드리려고 노력했으니 이제 나머지는 여러분에게 맡겨야겠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