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9월호 '복음의 빛'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루카 9,44)
말씀 들여다보기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여기에서 ‘넘기다’라는 말은 흔히 유다의 ‘배신’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말은 빌라도와 같은 적대 세력에게 넘긴다는 뜻으로 쓰일 수 있고(루카 20,20; 사도 3,13), 체포해서 감옥에 넘긴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사도 8,3; 22,4) 심지어 ‘넘기다’라는 말에는 매우 깊은 신학적 의미마저 담겨있다. 이를테면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누군가가 힘을 얻게 한다는 뜻일 수 있다. 가장 분명한 예는 다니엘의 환시에서 천사가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네 번째 짐승’의 손에 ‘넘겨지리라’고 한 것이다.(다니 7,25) 이는 무엇보다 ‘네 번째 짐승’이 힘을 얻어 ‘거룩한 백성’을 억누르리라는 뜻이지만, 그 뒤에는 하느님의 섭리가 숨어있음이 암시되어 있다. 하느님의 천사가 다니엘에게 이런 말을 한 건 냉철한 판세 분석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당신 계획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라는 선언에는 단순히 사람들의 배신으로 예수님이 수난을 당하시리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는 모든 게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도 있다. 예수께서 겪으실 고난이 그저 무의미한 고생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 섭리에 따른 구원계획의 일부라는 말이다.
말씀 따라 걷기
이제까지 내가 겪은 아픔이나 어려움이 내 구원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예수님의 시선으로 돌이켜 보자.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