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들여다보기 루카 복음사가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이어 곧바로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뜻 보면 이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는 고요히 말씀에 머무는 게 가장 좋은 몫이라고 가르치는 듯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착한 사마리아인’과 ‘마르타’가 활동적 영성을 상징하고, ‘마리아’가 관상 생활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루카 복음사가는 관상생활이 더 우월하다고 가르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루카 복음사가가 단지 관상생활의 우월성을 가르치려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위의 두 이야기는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이라는 신앙의 두 기둥을 설명하고 있다. 곧 이웃을 돌보아야 할 때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웃에게 실제로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반면 하느님과 깊이 만나기를 바란다면 뭘 많이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분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머무르면 된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반드시 따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활동 속의 관상’을 위해선 먼저 오랜 시간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말씀 따라 걷기
이웃 사랑을 위해 내가 하는 일들이 기도생활을 통해 자양분을 얻고 있는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신앙의 언어는 주로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만물의 근원이시고 초월적인 권위를 지니셨으며 동시에 당신의 모든 자녀를 자비와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성은 또한 모성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내재성 그리고 하느님과 당신 피조물 사이의 친밀성에 더 주목하여 가리키는 것이다. 이처럼 신앙의 언어도 부모들에 대한 인간적 경험에서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인간인 부모들이 그릇될 수도 있으며 부성과 모성의 모습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성별을 초월하신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인간적인 부성과 모성의 근원이며 척도이시면서도 이를 초월하신다. 아무도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