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캐오
제1독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지혜 11,24)고 전합니다. 즉,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혐오’가 아닌 ‘존중’ 받아 마땅한 권리를 갖는다는 선언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까닭입니다. 그런데 오늘 루카 복음에 나오는 자캐오는 두 가지 면에서 존중받지 못합니다. 첫째는 키가 작은 모에서 오는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이고, 둘째는 세관장이라는 사회적 지탄입니다. 자캐오는 결국 자기 자신과 사람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니까 혐오의 근원에는 자존감의 결여와 상호간 주고받아야 할 사랑의 결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때 자캐오를 부르시고 채워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9절)이었습니다. 이는 자캐오도 인류의 자손임을 의미하고, 모든 인류는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 ‘당신께서 만드신 것은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신다’는 지혜서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혐오의 대상이었던 자캐오와 인간으로 존중받아 다시 태어난 자캐오로 나뉩니다. 우리는 각종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 자신과 주변에서 수많은 ‘옛 자캐오’를 발견합니다. 이제는 혐오가 아닌 존중의 삶으로 ‘새로운 자캐오’가 더 많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
생활성서 2016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