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십시오.

2017/1/22/일

왜 갈릴래아인가?

예수님 시대의 종교적 중심지는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단 하나밖에 없는 성전이 있었고 모든 사제와 율법학자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었고 성전과 사제, 학자들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일반인들은 큰 종교적 열성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만약 예수께서 공생활을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셨다면 그 반향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능력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공생활을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십니다. 그곳은 하느님을 모르는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로서 종교적인 열성과는 거리가 먼,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모인 곳,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입니다. 예수께서는 가장 어둠이 짙은 곳에서 복음 선포를 시작하십니다.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야말로 가장 빛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곳에서 빛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이 지금 처한 환경은 어떻습니까? 가족이든 친인척이든 직장이든 이웃이든, 혹시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곳은 아닙니까? 신앙에 대한 관심사를 좀처럼 나누기 힘든 곳은 아닙니까? 사랑을 하긴 해야 하는데 사랑하기 버거운 사람이 있는 곳은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좀 더 종교적으로 인정받고 말이 통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러나 어둠이 짙다고 느껴지는 그곳이 바로 여러분이 머물러야 할 곳이고,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랑을 드러내야 하는 곳입니다.

강동진 신부(의정부교구 송내동성당) |

생활성서 2017년 1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