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제가 적는 글에 감사를 전해오는 분들을 보면 그 분들은 분명히 뭔가를 받은 분들입니다. 그래서 ‘감사’라는 것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그분들은 제가 왜 이런 글들을 줄기차게 적는지를 이해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자신의 손에 무언가 쥐어지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받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받은 게 없으니 당연히 감사할 이유도 없어지는 셈이지요.

이런 경향은 일상생활 안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집안에서의 어머니의 가사노동에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들이 부족한 이유는 모두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나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손에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지만, 어머니는 24시간을 아이들 곁에 있으면서 늘 아이들을 보살피지만 실제적으로는 내어주는 건 없다고 생각해 버리고 마는 셈이지요.

따라서 이는 고스란히 우리의 신앙생활 안에서도 이어지게 됩니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고, 내 손에 쥐어주는 것도 없으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무시하고 살아갑니다. 더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나면 비로소 하느님을 찾는 것이 보통이지요. 참으로 어리석은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라는 시간은 나날이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우리의 생명 자체도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손에 휴대폰을 쥐고 인터넷으로 페이스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총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비로소 제3세계에 가서 가난한 이들이 그 흔한 2G폰 하나 없이 생활하는 것을 보고는 가로늦게 감사함을 깨닫는 이들도 있지요.

우리가 하느님에게 감사함을 잊기 시작할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잃은 셈이 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팍팍해지고 메말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소홀히 하는 자는 아무런 추수가 없는 과실수를 가진 사람과 같습니다. 그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지만 그 나무에서는 아무것도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