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학생 모임에 가서 만나게 된 예수님은 '죄를 질책하는 분'이었습니다. 당시 한창 사춘기이던 나이에 받은 그릇된 가르침은 한동안 내 마음을 지배했고 나를 죄의 종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예수님은 그러한 것들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신학교에 가서 배운 예수님은 '미스터리'하고 '복잡'한 분이었습니다. 배워도 배워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고 알면 알수록 복잡한 신학이라는 학문 속에 숨어 계신 분이었습니다.

신부가 되어 만난 예수님은 지극히 고리타분한 분이었습니다. 그저 미사나 잘 드리면 되고 큰 죄나 짓지 않으면 되는 예수님을 주변 사람들에게서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드는 늘 똑같은 고리타분한 분이었습니다.

선교를 와서 만난 예수님은 가난하고 병든 자들 속에 계신 분이었습니다. 고통받고 힘들어하며 사랑을 기다리고 갈구하는 분이었습니다.

이제와서 깨닫게 되는 것은 예수님은 언제나 저와 함께 계셨다는 것입니다. 저의 과제는 예수님께 온전히 제 자신을 빌려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에 제 안에 쌓여온 저 자신을 버리기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교만했고, 세상 것에 욕심이 그득했으며, 저를 드러내고 싶어했고 제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저를 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바닥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저는 제가 곧잘 비판하던 그 다른 죄인들과 하등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비난할 때가 아니라 '사랑'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를 평화로이 하나로 묶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고 그릇된 행동을 꾸짖으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않은 이들은 그저 그 자리에 '안주'하고 말아 버립니다. 그저 자신의 눈앞의 세계가 전부라고 인식하고 마는 것입니다. 얼마나 시야가 좁고 장님들인지 모릅니다. 자신들의 본래적 신분의 가능성을 씨앗으로 꽁꽁 숨겨 두고는 그 씨앗이 말라 비틀어져 죽어 버릴 때까지 세상 가치들만 탐내고 있습니다. 성공으로 대변되는 부귀와 명예와 권력을 쫓아서 달리고 달리고 달리지만 그들의 마음은 공허합니다.

이제는 돌아서야 할 때입니다. 진정한 '회개'의 시기입니다. 일어나서 걸어갑시다. 걸어가면서 제가 만난 예수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