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곳 사람들에게 성경강의를 하면서 곧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도대체 여러분들에게 뭐가 부족합니까?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제가 처음부터 스페인어를 지금처럼 했을 것 같습니까? 처음에는 ‘안녕’이라는 단어 하나 밖에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배우려 하고 노력해서 결국 지금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변명거리가 됩니까? 여러분들은 저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합니다.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가 있지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여러분들 주변에 복음을 전하는 데에 과연 무엇이 부족하다는 말입니까?”
비슷한 말을 한국 분들에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학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런 엄청난 학식을 지닌 분들은 자신의 교만에 사로잡혀 복음을 전하기는 커녕 더욱 교만해지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로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선택하셨습니다. 복음은 전할수록 본인 스스로가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지닌 신앙을 증거하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서 자신의 신앙이 다져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이든 저든 자신의 틀에서 나오는 용기가 필요하고 바로 그 행위가 신앙행위가 되어 자신의 신앙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지닌 희망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희망은 우리 안에서 썩어버리고 맙니다. 물은 자꾸 흘러줘야 고이지 않고 썩지 않습니다. 물을 우리 안에 담아두기만 하면 결국 그 안에 담긴 물은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썩어버리고 말지요. 어쩌면 그것이 지금 한국 교회의 실정인지도 모릅니다. 전해지지 않는 물… 그래서 전례를 어떻게 하면 더 이쁘게 꾸밀까를 고민하지만 실상 그 이쁜 전례에 더 많은 이들을 초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즐기려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곤 하지요.
복음을 전하십시오. 상황이 좋든 나쁘든 복음을 전하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이끈 영혼들로 셈을 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