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자가 예수님께 와서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그가 알고 있는 십계명을 잘 지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부자는 십계명을 어릴 적부터 잘 지켜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르 10,21) 그러나 부자는 이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갔습니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마르 10,23)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마르코 복음서 전체를 통틀어 예수님의 부르심을 거절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재물에 대한 욕심과 집착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고 했고, 부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떠나갔습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받는데 있어서 신앙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베풀어 주는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부자는 계명들을 어릴 적부터 열심히 지켜왔지만, 예수님은 그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부자는 계명들을 충실히 지켜왔지만,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왔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재물을 내어놓지 못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재물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 자체로는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재물이 우리에게 자꾸 쌓여갈 때 우리 안에 있는 이기심과 욕심이 함께 자라납니다. 그 이기심과 욕심은 점점 다른 사람들을 향한 눈길을 자기 자신에게로만 돌리게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자신의 건강과 행복에만 모든 관심을 쏟아 붓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 무관심은 우리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시며, 약한 자와 불쌍한 사람들을 먼저 돌보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이 오셔서 이것을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계셨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예수님은 재물이 아니라 사랑과 따뜻한 관심을 그들에게 베푸셨고, 그들은 그런 예수님에게서 참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그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하셨고, 부유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기에 불행하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우리들 가운데에서 자신을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적인 부유함과 가난함의 기준은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이 사실은 그와 동시에 항상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우리는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위해 더 재물을 모으며 살 수도 있고,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항상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으며, 나의 선택은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