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대림 제2주일을 지내면서 회개하라는 세례자요한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요한의 이 외침은 이사야 예언서의 기록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이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리라. 주님께서 친히 이렇게 말씀하셨다.”(이사 40,3-5)

이 말씀은 회개가 무엇인지, 또 우리가 대림시기를 보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야 합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광야를 만납니다. 광야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내 가족이 광야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수도 있고, 어떤 시련이나 어떤 사건일수도 있고, 내면의 고민이나 상처와 아픔일수도 있고, 걱정과 불안일수도 있고, 뜻밖의 사고나 질병일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이런저런 광야가 다 있으며, 우리는 그 광야에 홀로 서 있는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이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때 바로 우리의 이 광야 속으로 오신다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역설을 엠마뉘엘 수녀님이 그녀의 마지막 책인 『아듀』에서 아주 훌륭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난은 하느님을 초청하는 문입니다. 하느님은 비어 있는 곳에만 들어오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빈 마음이 호소할 때 응답하시고, 그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전능하신 분, 하느님은 스스로 가난하고 약하게 되셨습니다. 가난, 그것이 하느님과 우리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나는 하느님이 내게 가난을 추구하게 하신 것에 대해,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가난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가난은 사랑의 능력입니다. 모든 형태의 사랑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곧 가난한 마음을 전제로 합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구멍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 구멍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우주의 블랙홀 같은 게 아닙니다. 반대로, 그것은 빛으로 향하는 통로이며, 타인에게로 향하는 통로이고, 타인의 호소에 응답하기 위한 통로입니다. 의식은 못해도, 우리는 모두 이 호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부르짖음에 응답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는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랑은 연약하며, 응답은 계속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

수녀님의 말씀대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광야들이 결국은 하느님을 초청하는 문이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약함과 가난함과 광야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고, 말씀하시고, 우리를 당신 사랑에로 초대하십니다. 이 모든 것은 이 천 년 전에 이 세상에 한 아기로 태어나신 예수님을 통해 다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대림시기에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광야 안에 주님의 길을 닦는 것, 즉, 그 광야 안에서 주님의 현존과 섭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