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교회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항상 ‘시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새로움과 설레는 마음을 안겨 줍니다.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 우리는 설레는 마음, 두근거리는 마음, 또 때로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의 이런 마음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우리에게 선물로 가져다줍니다.

우리 교회는 이 새해를 항상 ‘기다림’으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다림의 대상은 이 세상에 오실 예수님이십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시아가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기다림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처럼,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림 시기는 기다림의 시기인 동시에 준비의 시기입니다.

이천년 전 예수님께서 이 땅에 처음 오셨을 때에도 이 준비의 시기가 먼저 있었습니다. 오시는 메시아를 맞아들일 수 있도록 사람들을 준비시킨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은 사람들에게 지나온 날의 죄와 잘못들을 뉘우치고 회개하여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이 대림 시기에 우리도 지난날의 죄와 잘못들을 반성하고 마음속에 있는 온갖 욕심과 미움과 어두움들을 깨끗이 비워내서, 오시는 예수님을 내 마음 안에 기쁘게 맞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4주간의 대림 시기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늘 복음은 종말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 우리에게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천년 전에 예수님께서 이미 이 땅에 오셨고,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셨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이 다시 오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림 시기는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든,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든 둘 다 ‘기다림’과 ‘준비’라는 것에서는 본질적으로 똑같습니다.

이 대림 시기 4주 동안 우리에게 ‘기다림’과 ‘준비’라는 두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 두 과제를 우리가 어떻게, 또 얼마나 성실하게 해나가느냐에 따라서 성탄의 기쁨이 달라질 것입니다. 아무런 기다림 없이 그냥 평소처럼 4주를 보내고,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성탄절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예수님의 오심은 아무 의미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례적인 연중행사로 끝나버릴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기도와 회개와 보속과 선행의 실천으로 4주를 보낸 분들에게 성탄절은 분명히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