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질적 궁핍, 부당한 억압, 육체적·정신적 질병, 죽음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의 비참함은 원죄 이후 인간이 놓이게 된, 타고난 나약한 처지와 구원의 필요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비참함은 구세주 그리스도의 연민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이 비참함을 짊어지시고,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마태 25,40.45)과 같아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비참함에 짓눌리는 사람들은 교회의 우선적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됩니다. 교회는 그 초기부터 많은 지체들의 과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을 구제하고, 보호하고, 해방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2448항)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질적 궁핍과 부당한 억압과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그들을 구제하고, 보호하고,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이천 년 동안 우리의 선배 신앙인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의 비참함을 몸소 짊어지신 예수님께서 우리가 그렇게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모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작지만 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사는 이 나약한 세상과 사람들을 보살피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216항)

 지난 2012년에 분도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암브로시오 성인의 『나봇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부와 가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른 교부 문헌들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구약 성경의 인물 중 하나인 가난한 사람 나봇을 주인공으로 세워 부자들의 탐욕을 꾸짖고 있는 이 작품은 설교 형식으로 쓰였지만, 사실 암브로시오 성인이 직접 저술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암브로시오 성인은 이렇게 권고합니다.

 “그대가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면, 하느님께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세속에는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의 부자가 하느님께 부유한 사람이며, 자비의 부자가 하느님께 부유한 사람입니다. 가난 속에서도 풍요로운 사람이 있고, 부유하면서도 궁핍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에게 베푸는 사람은 하느님께 꾸어 드리는 것입니다.’”(『나봇 이야기』 14,60)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5) 나의 무관심으로 힘없고 가난한 누군가가 고통 받을 때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고통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우리들 곁에는 늘 가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지 않고 살아간다면, 죽고 나서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