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오아네스
2010-4-29

모처럼 쉬는날. 아침부터 무엇을 하면 지낼까 궁리를 하던차에 멀리 탐스리버에 사시는 앤지할며니가 전화를 걸어오셨다. " 아네스, 오늘 노는 날이지. 뭘할거야." 아이구 우리 할머니 기억력도 좋으시지.

어제 배심원하러 법원 다녀오는길에 통화할때 오늘 하루 직장에서 휴가를 받았다한 얘기를 잊어버리지도 않으시고 있었네. 속으로 이리 궁시렁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별일없다하니 할머니랑 같이 어느 할머니 병문안을 가자 하신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슬하에 자식도 없으신 외로운 할머니라는 사실이 생각나 그래 마침 노는날 시간이 있으니 한번 가서 뵙고 오는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다녀오기로 마음 먹고 앤지할머니랑 대모님이랑 같이 병원으로 갔다.

숨쉬기가 힘이들어 병원에 들어온지 7일이 지났다는 할머니를 뵙는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팔이며 다리며 물이 차서 퉁퉁 부어 있는 모습이랑 주사를 맞은 온 팔이 멍이 들어 시퍼런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나는 몰라 눈물만 훔치고 있는 동안 대모님은 잠들어있는것 같은 할며니의 귀에 대고 " 안나할머니 안나할머니 들리세요" 하니까 의식이 없으신듯한 할머니가 눈을 억지로 뜨시려 애쓰시는것을 우리는 보았다. 아! 우리 할머니 비롯 당신 스스로 숨은 쉬시지는 못하지만 의식은 있었다.

앤지할머니가 "나야. 나 앤지야. 어서 일어나서 우리 같이 놀러가야지" 하니까 안나할머니는 고개를 흔들어보이시는 모습이 어찌 안되었던지.....

퉁퉁 부은 안나할머니의 손을 연신 문지러드리던 대모님께서  안나할머니의 귀에다 대고 "안나할머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시고 평소에 그토록 사랑하시던 예수님과 성모 어머님만 생각하셔요. 오직 예수님과 성모님만 생각하셔요" 하셨다.

정말 우리가 가진 육신이란것은  병마 앞에는 너무도 무기력한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병의 노예가 되어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것을 우리는 얼마나 헛된 욕심에 싸여 우리들의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힘들어하는 안나할머니의 외로운 병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것이 없었다. 그저 안나할머니에게 " 할머니 마지막 한순간까지 힘내세요. 기도해 드릴께요" 그 한말씀 드릴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훔치면서 돌아오는 차속에서 정말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아버지. 젊은날 좀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이 먼곳까지 와서 고생을 하시다가 못쓸 병을 얻어  고통스러워하는 안나할머니와 함께 해 주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