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성당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 그들은 '열성자'인가요? 무엇에 열중하고 있는가요? 그들의 활동이 진정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힘있는 누군가의 기대치를 채우려는 것인가요? 하느님은 그 누구도 강제하신 적이 없습니다. 행여 그들이 뭔가에 압박을 느낀다면 그건 전적으로 자신 안에 설정해 놓은 틀에 박힌 신앙에서 느끼는 압박입니다.

누가 냉담자란 말입니까? 누가 열성자입니까?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 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를 의로운 냉담자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으니 어리석기 그지 없습니다. 한국의 통상적인 환경에서 '의로운 냉담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나서면 코앞에 성당이 있는데 그들이 냉담하는 이유는 전혀 다른 것에 있습니다. 주로는 인간적인 실망이지요. 사제에 대한 실망, 교회에 대한 실망, 수도자에 대한 실망, 같은 평신도들 사이에서의 실망…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예수님에게서, 그분의 성체가 주어지는 거룩한 성찬의 전례에서 떨어뜨려 놓을 하등의 이유가 됩니까? 사제의 인격적 불완전성이 미사의 은총을 가리지는 못합니다. 자칭 냉담자들이 하는 일은 결국 어둠의 영들이 그렇게나 바라던 일에 불과합니다. 인간적 오류를 극대화 시켜서 하느님의 숨결에서 떼어놓는 것이지요. 오류가 없는 인간이 어디 있습니까? 흠이 없는 완벽한 공동체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결국 떠나보낸 것은 교회 내에서의 자신의 직분이고 나아가 자기 스스로의 신앙이지 전체 교회는 그 누구도 함부로 쫓아낸 적이 없습니다.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의 구별 뿐입니다. 주교님이건 사제건 부제건 수도자건 평신도이건 직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 '믿는 사람'인가 '믿지 않는 사람'인가 하는 구별만이 존재합니다.

냉담자라구요? 그냥 올바로 믿어 본 적이 없는 비신앙인이라고 해 주십시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마태 17,1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