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그러나 간절히 기도하고 싶을 때, 우리는 묵주의 기도를 바칩니다. 

나 뿐 아니라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아니면 기도하는 법을 몰라 간절해 하는 사람에게도 묵주기도를 해보라 권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많은 신앙인들의 기도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묵주기도입니다. 

그것도 며칠간 하나의 지향을 두고 하는 9일기도.. 
혹은 9일 기도를 여섯 번 반복하는 54일 기도는 아주 대표적인 기도생활 입니다. 

묵주기도를 54일간 바칠때 
처음 며칠은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각 단에서 묵상할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며 바치기도 하고, 
천천히 간절한 청원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하지만 열흘.. 스무날.. 한달.. 
시간이 지나다보면 우리의 기도는 조금씩 변질되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자정으로 하루가 끝나기 전에 해치워야할 일과가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따로 기도의 시간을 내기보단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그날의 기도를 해치우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 걸리던 기도가 
어느덧 후다닥 기도문을 외우기에 15분 만에 끝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그날의 배당 묵주기도를 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자정이 지나 다음날로 넘어가기 직전에 간신히 해치우는 것이 기도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기도했는지 보단, 
며칠 기도했고 54일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날 수를 세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54일 묵주기도를 할 때의 일입니다. 

물론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은 정해진 시간에, 
지향을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묵주의 기도를 하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의 경우에는 첫마음을 잃고 
기도가 그저 해야 하는 의무가 되어 해치우기식 기도를 바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은 이야기 하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살마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얼마나 많은 순간... 
우리 역시도 기도를 양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묵주기도 5단보단 10단이 더 많이 더 열심히 기도한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 주에는 평일 미사를 1번 했는데, 이번 주는 세 번 했으니 
더 많이 기도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과 정성이 
시간과 횟수로 나타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양만 늘리려 했을 뿐..  
얼마나 그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하느님의 이름이 빛나길 바라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기도했을까요?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의 양식을 청하고, 
타인의 허물을 용서하고, 나의 죄를 뉘우치며
악과 유혹에 넘어지지 않기를 다짐했을까요?

기도가 우리의 일상에서 습관이 되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습관적이기만 한 기도는 분명 빈말을 되풀이 하는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 역시.. 
우리의 빈말을 되풀이 하는 미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하느님과 일치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